불수사도북
올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이다.
강북의 5개 산을 종주하는 48km의 코스.
새벽 4시에는 시작해야 당일 저녁 8~9시쯤에 끝날 수 있을 것이다.
지난주에 그 코스들을 살펴보려 불수사도까지 다녀왔다.
수락산에서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코스에서 엄청나게 길을 헤맨 덕분에
도봉산 정상에서 하산길에 해가 떨어졌다.
그래서 내일은 그 헤매였던 길을 다시 확인하는 핑계로 다시 한번 불수사도를 간다.
일주일 만에 33km에 달하는 길을 또 한 번 갈 생각을 하니 설렌다.
벌써부터 다리에 쥐가 날 것을 생각해보니 아찔하다.
그리고, 도봉산에서 내려와서 지난번에 놓친 칼국수를 먹어야겠다.
인생을 쉽게 살고 싶은 것은 아닌가 보다.
매번 이런 어려운 선택들을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.
칙센트 미하이 교수의 [몰입] 그래프를 보면,
난이도와 실력의 상관관계가 나온다.
난이도가 높고, 그에 준하는 실력이 되었을 때, 몰입의 상태가 된다.
지금의 나에게는 불수사도쯤이 딱 그 정도 수준이다.
철인 3종 경기, 마라톤, 울트라 마라톤 등
상상도 못 할 인간의 극기를 넘어서는 사람들이 있다.
내 주변에는 없는데, 조금만 찾아보면 수두룩하게 많다.
그러니, 불수사도북 정도는 월 1회로 할 수 있는 체력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.
예전 같으면, 그런 사람들이 부럽지만,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.
하지만, 지금은 처음 시작이라는 것이 오히려 좋다.
마치 지금은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들을, 처음에는 온갖 힘을 쥐어짜서 올라갔던 것처럼 말이다.
체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,
그만큼 극기를 사용하려면, 더 난이도가 높아져야 한다.
그러니, 이제 막 종주 코스를 시작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.
2~30km 수준의 코스들이 또 익숙해지는 날에는 40km 이상의 코스들이 즐비해있다.
그 시작점은 불수사도북이다.
인생에서도 그런 길들이 있다.
그 연계점을 찾아가는 중이다.
내일 날씨가 좋기를 간절히 바라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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